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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우주 속에서 ‘나’를 찾는 여정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2022년 개봉한 A24 제작의 독창적인 SF 영화로, 평범한 중국계 미국인 여성 '에블린'이 다중우주 속 자신의 다양한 삶을 경험하며 정체성과 관계, 감정의 본질을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유쾌한 액션과 혼란스러운 다차원적 설정이 눈에 띄지만, 영화의 핵심은 ‘정체성 혼란’과 ‘감정의 회복’입니다. 에블린은 현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주부이자 실패한 이민자라고 느끼지만, 다른 차원의 자신은 성공한 배우, 셰프, 무예가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이 설정은 단순히 ‘평행우주의 재미’가 아닌, 수많은 가능성과 선택 속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거나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결국 영화는 묻습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어야 했을까'보다 중요한 질문은 바로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입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무너진 정체성과 감정의 회복 정체성 혼란과 자아 파편화, 현대인의 심리 초상
에블린이 겪는 다중우주의 혼란은 단지 시각적 자극이나 판타지적 설정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녀는 여러 우주에서 다른 자아를 마주하면서 끊임없이 비교하고,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게 됩니다. 이는 현대인이 SNS나 사회적 기대 속에서 자주 겪는 정체성 혼란과도 매우 닮아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자기 동일성 상실’이라 부릅니다. 한 사람 안에 다양한 역할과 이미지가 충돌하고, 어느 하나에도 온전히 자신을 투영하지 못할 때 우리는 방향성을 잃게 됩니다. 에블린은 셀 수 없는 자아의 가능성을 보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진짜 나’는 더욱 희미해집니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겪는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그 질문은 화려한 우주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감정적으로도 무겁습니다. 정체성의 혼란은 곧 감정의 혼란이며, 이는 나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관계는 왜곡되고, 감정은 무력해진다
영화의 중심은 다중우주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의 ‘에블린과 딸 조이’의 관계입니다. 조이는 어머니 에블린으로부터 감정적 수용을 받지 못하고,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고립감을 느낍니다. 반대로 에블린은 딸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통제하려 들며, 관계는 점점 단절되어 갑니다. 이처럼 현실 속 관계의 단절은 다중우주 속 혼란의 핵심 원인이자 반영입니다.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누적된 오해가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결국 서로를 잃게 됩니다. 특히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감정적 단절은 애착의 문제로 이어지며, 자존감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에블린이 조이를 향해 던지는 마지막 고백은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감정의 수용과 인정이라는 본질적인 회복의 시작입니다. 관계는 갈등이 없어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할 때에만 회복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이 사실을 복잡한 다중우주의 서사 속에서도 단단히 품고 있습니다.
무의미 속의 의미, 삶을 지키는 단 하나의 감정
조이는 무수한 우주를 넘나들며 모든 삶의 가능성을 경험하지만, 결국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는 현대인이 느끼는 실존적 무기력감과도 같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 선택, 기대 속에서 우리는 정작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멈칫하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무의미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순간 속에서도 ‘감정’과 ‘연결’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조이가 삶을 포기하지 않게 된 이유는 위대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남편의 웃음, 가족과의 평범한 순간 덕분이었습니다. 감정은 모든 무의미를 뛰어넘어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주는 유일한 실체입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이를 ‘정서적 복원력’(emotional resilience)이라 하며, 내면의 감정을 수용하고 타인과 연결되며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삶은 거대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작고 사소한 감정에서 빛이 납니다.
< 출처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공식 홈페이지 > 이 영화가 우리에게 남기는 진짜 메시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시각적으로는 혼란스럽고, 장르적으로는 분류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관객에게 진심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감정을 포기하지 마세요.” 삶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이성이나 논리로 버티려 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랑, 두려움, 슬픔 같은 감정입니다. 에블린이 조이를 이해하고, 조이가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 변화는 모두 감정에서 출발합니다. 감정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수용하며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진짜이며, 그 감정을 나누는 사람과의 연결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이 영화는 그 어떤 철학보다도 감정이 인간을 지탱하는 본질임을 알려줍니다. 복잡한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단순하고 진실한 메시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감정을 지키는 것, 그것이 곧 나를 지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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