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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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9. 16.

    by. mindeulle1

    목차

      비건 실천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 시골 개들의 현실. 1m 줄에 묶인 개들의 삶을 통해, 동물권과 윤리적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비건의 눈으로 본 시골 개의 삶 : 1m 줄에 묶인 진실
      비건의 눈으로 본 시골 개의 삶 : 1m 줄에 묶인 진실

       

       

       

      비건 실천, 식탁을 넘어 삶의 구조를 바라보다

      비건을 실천한다는 것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모든 결에 스며든 '타자와의 관계 맺기 방식'을 다시 묻는 일입니다. 식탁 위의 고기만이 아니라, 쇼핑할 때 고르는 가죽 제품, 사용하는 세제의 성분,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동물에게 보내는 시선까지. 저 역시 비건을 실천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식 너머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더 깊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장면은 바로 **‘시골 마당에 묶여 사는 개들’**이었습니다. 비건 실천자라면 동물의 권리에 대한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움직일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개들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자 분노이기도 했습니다. 식탁의 변화가 과연 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비건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책무를 다시 성찰하게 했습니다.

       

       

       

      내가 마주한 1m 줄, 그 끔찍한 일상

      시골을 지나다 보면 여전히 놀라울 만큼 많은 개들이 짧은 줄 하나에 묶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줄의 길이는 대부분 1m 남짓. 물 한 그릇과 낡은 플라스틱 그릇, 낡은 개집이 전부입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덮고 살아야 하는 노출된 삶의 구조는 이미 오래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어떤 개는 오줌 냄새가 가득 밴 땅 위에서 서성이고 있었고, 어떤 개는 사료도 없이, 마른 강아지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그 개들이 "짖지도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미 체념했거나, 학대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지요. 이러한 현실은 단지 한두 지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동네 골목, 농가, 시골집 뒤편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상적 구조적 학대입니다.

       

       

       

      왜 이 개들은 ‘묶여도 되는’ 존재가 되었을까

      우리는 이 개들을 ‘마당개’, ‘시골개’라고 부르며 그 삶을 별도의 규범으로 따로 분류해 버립니다. 반려견이라 부르는 개들은 실내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갑니다. 애정을 받고, 병원에 가며, 매 끼니를 챙깁니다. 반면 시골 마당에 묶인 개들은 ‘경계용’, ‘전통’, ‘어르신의 방식’이라는 말로 설명되며 "그렇게 키우는 것도 하나의 문화로 정당화되곤 합니다. 그러나 비건 실천자의 시선에서 보면, 이건 ‘동물의 삶에 대한 차별적 인식’입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생명을 소비하는 방식은 비단 고기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구분’하느냐가, 그들의 삶의 조건을 얼마나 잔인하게 나눌 수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식탁의 고기든, 마당의 개든, 그들은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감정에 앞서 기록하고 연결하는 일

      처음에는 분노만이 컸습니다. 당장 묶인 개들을 풀고 싶었고, 어르신들에게 따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건의 윤리는 ‘비폭력’과 ‘공존’을 지향한다는 사실을 되새겼습니다. 그래서 감정보다는 관찰과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개들의 일상, 주변 사람들의 반응, 법적 근거, 지자체의 태도까지. 그렇게 구조나 신고가 아니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일부터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비건 실천자라면 이 구조적 문제를 단순한 동물학대가 아니라, 인간-동물-사회 구조의 총합적 문제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블로그에 <1m 밖의 세상>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식탁이 아닌, 우리의 시선 밖에 있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갈 예정입니다.

       

       

       

      1m를 넘어서려는 사람들, 그리고 나

      물론 지금도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1m OUT 캠페인’, 구조 활동가, 시민 청원 참여자, 지역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까지. 적은 수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비건 실천자들이 이 흐름에 함께한다면 그 파장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저는 식물성 식단을 실천하는 일이 언젠가 1m 줄도 풀 수 있는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의 삶에 대해서도 식탁에서처럼 윤리적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식탁을 바꿨다면, 이제 시선을 바꿔야 할 때

      비건은 단지 고기를 먹지 않는 삶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관계 맺는 방식 전체를 되돌아보는 철학적 실천입니다. 그리고 그 실천은 우리 동네의 1m 줄 위 개들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음식 너머의 구조, 말없는 생명들의 시선, 문화라는 이름의 무감각을 다시 묻고, 응답할 시간입니다. 우리가 식탁 위의 고기를 바꿨다면, 이젠 마당의 개들을 위한 시선도 바꿔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