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

건강, 환경, 윤리적 소비까지 아우르는 깊이 있는 콘텐츠로, 지속 가능한 삶을 함께 고민합니다

  • 2025. 9. 23.

    by. mindeulle1

    목차

      마당에서 자유롭게 보이는 개, 정말 행복할까요? 시골 개들의 실제 삶과 '행복하다'는 인식의 오류를 비건의 눈으로 조명합니다.

       

       

       

      마당에 있으니 행복할 것이다?  가장 흔한 착각

      시골 집 마당에 묶여 있는 개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마당에서 뛰어놀잖아, 집도 있고, 밥도 잘 먹고.”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근거로 ‘행복’을 판단하는 오류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마당 개의 많은 수가 하루 24시간 중 23시간 이상을 짧은 줄에 묶인 채 지내며,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반경 1m 이내에 불과합니다. 밥을 주고, 지붕이 있는 개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만연하지만, 이는 방치와 방임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학대입니다. 비건의 시선에서 보면, 단순히 동물성 식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시선으로 동물의 삶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개의 ‘행복’을 말할 때, 우리는 그 기준이 과연 누구의 것이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마당’이라는 공간의 환상과 현실

      마당은 개에게 자유를 주는 공간이 아닙니다. 줄에 묶인 개에게 마당은 가장 넓은 감옥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당을 “넓고 안전한 곳”, “뛰어놀 수 있는 장소”로 생각하지만, 실제 시골 개들의 마당은 화장실, 창고, 쓰레기, 농기구 등이 뒤엉켜 있는 공간일 뿐이며, 안전과 위생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가축사료 창고 옆에 묶여 있는 개들도 많고, 겨울에는 눈을 맞고 여름에는 그늘 하나 없는 곳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비건의 실천은 단순한 식생활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모든 생명에 대한 인식 전환입니다. 우리가 개에게 주는 마당이 정말 그들의 관점에서도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인지, 아니면 인간의 시선으로 해석한 환상에 불과한지 되묻게 됩니다.

       

       

       

      반려견과 마당개의 ‘행복 격차’

      도시에서 함께 사는 반려견은 온도 조절된 실내, 정기적인 산책, 놀이 자극, 수의학적 관리 등을 받습니다. 반면, 마당에 묶인 개는 이러한 혜택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존재 모두 법적 지위는 동일하게 ‘재산’으로 분류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에는 큰 격차가 존재하며, 이는 단순히 경제적 여건의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마당개의 삶이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개가 느끼는 감정이나 욕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 구조입니다. 개는 사회적 동물이지만 마당개는 대부분 혼자 묶인 채 외롭고, 자극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행복이란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감정과 욕구의 충족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당에서 뛰어노니 행복하다’? 시골 개의 삶에 대한 오해와 진실
      ‘마당에서 뛰어노니 행복하다’? 시골 개의 삶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관심

      어르신들은 종종 말합니다. “우리 어릴 땐 다 그렇게 키웠어. 개는 원래 마당에서 묶는 거야.” 이 말 속에는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무의식적 정당화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은 반복되었다고 해서 정당한 것이 아닙니다. 사회가 바뀌고, 동물의 권리가 논의되는 지금, 과거 방식은 재고되어야 마땅합니다. 특히 비건 실천을 하는 이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식탁에서의 윤리를 넘어, 전통과 관습 안에 숨겨진 무관심과 방임을 함께 들여다보는 태도입니다. '전통'은 문화가 아니라 비판 없이 받아들일 때 '면죄부'가 될 수 있습니다. 마당에서 개를 묶는 것이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것이 계속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무관심을 선택한 셈입니다.

       

       

       

      마당개의 ‘행복’은 어떤 조건에서 가능할까?

      그렇다면 마당에서 사는 개는 무조건 불행한 걸까요? 아닙니다. 중요한 건 ‘어떤 조건에서’ 사는가입니다. 줄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 그늘과 바람이 통하는 쉼터, 충분한 사람과의 상호작용, 정기적인 의료 관리와 자극 제공이 함께 갖춰진다면, 마당 역시 좋은 삶의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은 대다수 마당개들에게 제공되지 않습니다. ‘묶인 개’가 아닌 ‘함께 사는 개’로 인식할 수 있다면, 마당에서라도 개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비건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공간은 누구의 입장에서 설계된 것인가?” 그것이 인간의 편의만을 위한 구조였다면, 지금이 그 구조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마당에서의 삶, 개의 관점으로 다시 보기

      우리가 개에게 주는 공간은, 단지 장소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 공간을 설계하는 태도와 의도, 그리고 생명을 대하는 기본적인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마당에 묶여 있는 개를 보며 “그래도 저 정도면 괜찮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개가 보내는 무언의 신호를 무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비건 실천은 공감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실천입니다. 그 실천이 식탁을 넘어, 마당 끝에 묶여 있는 생명에게도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변화는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묶인 개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 말 한 마디를 건네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 정도면 괜찮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를 질문할 때, 진짜 변화는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