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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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9. 17.

    by. mindeulle1

    목차

      비건 실천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시골 개 방치 문제. 오랜 관행 속에서 변하지 않는 현실의 구조적 원인과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짚어봅니다.

       

       

       

       ‘묶인 개’는 여전히 시골 일상의 일부입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수많은 시골 마을에서는, 개가 1m 남짓한 줄에 묶인 채 살아가는 장면이 익숙한 일상입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그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엔 개집 그늘도 없이 뜨거운 바닥 위에서 헐떡이고, 추운 겨울엔 철사로 연결된 녹슨 그릇에 몸을 부딪칩니다. 그들의 일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일상이 너무 오래되고 너무 당연해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비건을 실천하면서 동물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친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이 '시골 개'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시골에선 여전히 남아 있었고,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 삶을 ‘전통’, ‘당연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무감각이 바로 가장 깊은 동물권의 사각지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왜 시골 개들의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을까?
      왜 시골 개들의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을까?

       

       

      변화가 더딘 이유 : ‘문화’라는 말에 숨어 있는 무력함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시골에서는 원래 그래." "어르신들이 키우던 방식이니까." "개가 경계 역할을 해야 하잖아." 이 말들은 그 자체로 현실을 고정시키는 구조적 언어입니다. 마치 바뀌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문화’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 감수성에 따라, 공동체의 가치에 따라 변화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마당에 개를 묶는 것이 보편적인 풍경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시대이며, 동물보호법이 명확히 존재하는 사회입니다. 문화라는 말로 방치를 덮는다면, 우리는 그 개들의 고통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비건 실천자가 마주하는 동물권 문제는 반드시 식탁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의 문화, 감정, 기억 속에 있는 구조를 마주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윤리적 삶’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시골 개들을 위한 보호 장치는 왜 작동하지 않을까?

      실제로 대한민국에는 동물보호법이 존재하고, 동물 학대 금지 조항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골에서 1m 줄에 묶여 있는 개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감시의 부재입니다. 시골은 도시와 달리 밀도가 낮고, 주민 간 간섭을 꺼리는 문화가 있어 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둘째, 신고 체계의 낮은 접근성입니다. 신고해도 처벌이 어렵고, 지자체 담당자의 인식도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법 조항의 모호성입니다. '적절한 사육 환경'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줄에 묶어 키우는 방식이 ‘학대’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현실은 법과 제도, 문화, 감정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구조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동물을 위한 구조가 인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동물권이 존재하려면, 동물이 직접 말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감안한 구조 설계가 필요합니다.

       

       

       

      왜 비건 실천자는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가?

      비건은 고기를 거부하는 것만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윤리적 태도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골 개들의 현실 역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입니다. 비건 실천자라고 해서 모두 구조 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그들만의 문제’로 외면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비건 실천자 특유의 민감성과 윤리적 감수성은 이 문제를 더 정교하고 조화롭게 풀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개가 불쌍하다”는 감정적인 프레임을 넘어서, 왜 그 개가 그렇게 살아야 했는지, 누가 어떤 이익 구조를 유지해 왔는지, 무엇을 바꿔야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한지를 질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는 단지 ‘식사’를 넘어, 사회적 구조를 바꾸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변화를 위한 시작 : 가까운 곳에서 말 걸기

      이 문제는 거창하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말 걸기, 질문하기, 그리고 알아보기가 출발점입니다. 예를 들어, 시골 부모님 집에 갔을 때 "이 개는 왜 묶여 있지?"라고 부드럽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 본 이웃집 개에게 물을 한 번 더 챙겨줄 수도 있고, 지자체 민원을 넣는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비건 실천자의 명절 대화 백서에서도 이야기했듯, 정면 돌파보다 일상 속 스며듦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묶인 개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가 무뎌지지 않았다는 신호이자, 동물과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실천입니다.

       

       

       

      동물의 삶도, 사람의 시선도 천천히 바뀔 수 있습니다

      왜 시골 개들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단순히 사람들이 몰라서가 아닙니다.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고, 바꾸는 법을 모른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익숙한 현실이라도, 누군가 문제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변화는 시작됩니다. 비건을 실천하는 당신이라면, 이미 그 첫걸음을 내딛은 사람입니다. 이제 식탁 위에서 멈추지 말고, 줄 끝에서 말없이 기다리는 생명에게도 시선을 나눠 주세요. 작은 인식의 변화가, 그들에게는 세상의 변화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