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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개 짖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묶는 행위, 정당할까요? 짖음의 의미와 방치의 경계를 비건의 시선으로 짚어봅니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짖음을 막으려 할 때
“개가 너무 시끄러워요.” 이 말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듣고, 또 쉽게 동의해 버리는 말일까요? 시골 마을이든, 도시의 주택가든, 개 짖는 소리는 종종 ‘소음’이라는 이름으로 불편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개는 줄에 묶이거나, 입마개를 하거나, 외부로 격리됩니다. 하지만 짖음은 개가 가진 가장 원초적이고 유일한 소통 수단입니다. 사람이 말을 하고, 아기가 울듯이, 개는 짖음으로 말합니다. 경계, 공포, 외로움, 반가움, 배고픔, 고통, 흥분… 모든 감정과 메시지를 짖음이라는 단일 채널에 담아 전송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를 '소음’으로 간주하고, 통제하려 들며, 때로는 그 대가로 묶고 방치합니다. 문제는 ‘짖음’이 아니라, 그 짖음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태도입니다. 비건의 시선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이 존재는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 질문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고통을 방치하게 됩니다.
개는 왜 짖는가? 짖음의 언어학
개는 ‘쓸데없이’ 짖지 않습니다. 모든 짖음에는 이유가 있으며, 짖음은 감정의 발화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개는 무려 10가지 이상의 짖음 패턴을 통해 자신의 상태, 주변의 위험, 타인의 등장, 보호자의 부재 등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하루 대부분을 혼자 외부에 묶여 있는 개는 고립감과 불안을 호소하기 위해 더욱 강하게, 자주 짖습니다. 이 짖음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구조 요청의 신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를 소음공해로 치부하며, 짖지 못하도록 처벌하거나 격리합니다. 그 결과 개는 학습합니다. “소통하면 벌을 받는다.” 그리고 점점 짖지 않는 개가 됩니다. 그러나 이는 훈련이 아니라, 감정 표현을 차단당한 침묵일 뿐입니다. 짖지 않는다고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말을 멈춘 존재를 우리는 잘 돌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개 짖는다’는 이유로 묶인 개, 정당한가? 방해가 아닌 언어로서의 짖음 짖음을 이유로 한 ‘묶기’, 정당한가?
짖는 개를 통제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묶는 것’입니다. 줄에 묶이면 짖을 일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줄에 묶인 개는 더 크게, 더 오래, 더 고통스럽게 짖습니다. 줄에 묶인다는 것은
- 이동권의 상실
- 사회적 고립
- 신체적 고통 을 동반합니다. 그 어떤 심리학에서도 강제적인 격리와 구속이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는 공포 반응을 증폭시키며, 행동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짖음’을 통제하려고 개를 묶는 행위는 단순한 관리 차원을 넘어선 방치와 학대의 범주입니다. 그리고 이런 행위가 여전히 ‘개 주인의 권리’로 정당화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동물 인식이 여전히 얼마나 낮은 지를 보여줍니다. 비건 실천자는 이 질문 앞에 멈춥니다. “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생명을 침묵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공동체가 짖음을 받아들이는 태도
개는 한 마리지만, 짖음은 사회를 울립니다. 이웃, 가족, 지나가는 사람, 배달원, 밤늦은 거리를 걷는 아이… 누구에게나 개의 짖음은 각기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렇다면 묻습니다. 공동체는 개의 짖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파트 관리소는 ‘개 짖음 민원’을 얼마나 이해하고 응답하는가? 시골 마을은 짖음을 문제로만 보는가, 아니면 대화의 시작으로 보는가? 짖음은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실험이자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제대로 듣고 반응하는 것이 진짜 동물권이자 공동체성입니다. ‘비건은 개인의 실천’이지만, 비건은 공동체의 감수성도 함께 확장시키는 노력입니다. 개의 짖음을 이해하는 태도는, 우리가 타인의 불편함과 다름을 어떻게 수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됩니다.
해결은 ‘침묵’이 아닌 ‘이해’에서 시작된다
짖음을 멈추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해’입니다.
- 왜 짖고 있는가?
- 언제 짖는가?
- 어떤 상황에서 심해지는가?
이 질문은 단지 개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자세입니다.
적절한 산책, 놀이, 사회적 상호작용, 불안 감소 환경이 마련되면 개의 짖음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우리의 태도에 따라 조절되고 반응합니다. 묶는 것, 외면하는 것, 격리하는 것이 아닌, 진짜 소통과 관심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비건 실천자는 생명의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입니다. 짖음을 언어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반응하려는 이 작은 시도는 단지 개를 향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생명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짖음은 문제 행동이 아니다
짖음은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을 문제로 규정하는 사회가 문제입니다. 개가 짖는 이유를 이해하고, 그 소리를 소통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동물과 공존하는 문화를 만드는 시작점에 서게 됩니다. 짖는다고 묶는 것은, 말한다고 입을 틀어막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만, 그들의 목소리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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