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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무비판적으로 용인되어 온 동물학대 관행, 과연 정당할까요? 비건의 시선으로 전통 속 동물 인식을 분석합니다.
전통이라는 말의 무게: 우리가 놓친 질문
한국 사회에서 ‘전통’이라는 단어는 강력한 정당성의 무기가 되곤 합니다. 오래된 것, 조상 대대로 해오던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행위들이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당에 개를 묶어두는 것, 소를 때려서 다루는 방식, 제사 후 개고기를 나누는 문화 등은 종종 “그냥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로 설명됩니다. 그러나 과연 그 오래된 관습이 지금도 윤리적으로 정당할까요? 비건의 시선에서 보자면, ‘전통’이라는 프레임은 때로 무비판적 반복을 부추기며 동물의 고통을 가리고 있습니다. 전통을 보존하는 것과 동물학대를 계승하는 것 사이에는 명확한 선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 경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다시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당개와 방목의 전통, 문화인가 편의인가
한국의 농촌에서는 개를 마당에 묶어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는 도둑을 막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고, 개를 철저히 ‘도구’로 인식했던 시대의 잔재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개는 법적으로 ‘반려동물’로 분류되며, 감정과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마당에 묶어두는 전통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편의’는 종종 ‘문화’로 포장됩니다. 하지만 편의로 인해 희생되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존중할 문화가 아닙니다. 비건의 실천은 바로 이 편의성과 전통의 충돌을 감각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전통을 존중하되, 그것이 생명의 고통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비판적 감수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대인가 문화인가? 전통 속 동물인식의 진실 전통 축제 속 동물, 관습 속에 묻힌 고통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투우 축제’, 네팔의 ‘가디마이 동물 제사’, 중국의 ‘개고기 축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에서도 과거 제사 음식이나 민속놀이에서 동물을 희생시키는 관행이 있었고, 일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얻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습니다. 동물은 이제 감정을 지닌 생명체로 인식되고, 그들의 고통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윤리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 시대의 가치와 윤리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진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문화’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비윤리적 현실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예전엔 다 그랬어”라는 말의 위험성
“예전엔 다 그렇게 키웠어.” “우리 할아버지도 그렇게 하셨어.”
이런 말은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방어 논리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방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때리는 훈육도 당연했고, 흡연도 공공장소에서 자유로웠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발전했고, 우리는 더 나은 기준을 만들어 왔습니다. 동물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엔 몰랐던 동물의 감정, 신체 반응, 사회성에 대한 이해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보호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합니다. 전통을 이유로 변화하지 않는 것은 퇴행이며, 회피입니다. 진정한 전통은 생명을 존중하는 가치를 내포하고 있을 때 그 힘을 발휘합니다. 비건의 시선은 과거를 끊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바르게 계승하는 길을 묻습니다.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첫걸음
동물에 대한 인식은 사회 전체의 성숙도를 반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한 동물권 문제는 단지 법의 부재가 아니라 인식의 지연에 가깝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동물을 좋아하고, 그들의 고통에 반응합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사회가 ‘그건 원래 그런 거야’라고 말하며 공감의 감각을 무디게 만듭니다. 비건 실천은 바로 이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 “왜 저 개는 묶여 있을까?”
- “저 동물은 왜 저렇게 다뤄질까?”
- “우리는 왜 질문을 멈췄을까?”
이러한 질문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고, 비판적 시선으로 문화와 전통을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이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전통, 윤리적 문화를 위한 시작점입니다.
전통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통은 분명 중요한 자산입니다. 조상들의 지혜, 공동체의 기억,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전통이 누군가의 고통을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전통을 온전히 존중할 수 없습니다. 동물의 입장에서, 그리고 비건의 시선에서 볼 때, 문화는 고통을 정당화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전통을 바꾸는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가 전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그 작은 전환을 함께 만들어 가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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