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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워스(The Hours)> 세 여성이 마주한 감정의 파편과 치유의 실마리

는 시대를 넘나드는 세 여성의 감정과 정체성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우울과 자아의 심리를 치유 심리학적으로 탐색합니다. 세 여성, 세 시대, 하나의 감정영화 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매개로 1923년의 울프, 1951년의 주부 로라, 2001년의 편집자 클라리사 세 여성의 삶이 교차하며 전개됩니다. 각자의 시대에서 다른 삶을 살지만, 세 인물 모두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데 따르는 고통과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못한 채 숨기거나 억누르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울프는 정신 질환과 사회적 제약에 억눌리고, 로라는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자아가 부정된 채 존재하고, 클라리사는 과거 연인인 리처드의 죽음을 마주합니다. 이처럼 세 인물의 하루는 외형상..

<디 에이트 마운틴(The Eight Mountains)> 고독과 우정 속에서 감정을 회복하는 여정

영화 디 에이트 마운틴은 자연과 관계, 그리고 내면의 감정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깊이 있는 심리학적 서사입니다. 산이라는 공간, 감정을 머무르게 하는 고요한 시간은 이탈리아 알프스 산골 마을 ‘그라나’를 배경으로, 도시에서 온 소년 피에트로와 시골 소년 브루노가 어린 시절 맺은 우정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됩니다. 두 사람은 여름의 짧은 시간 동안 깊은 감정적 교감을 나누지만, 환경과 가족 상황의 차이로 인해 결국 멀어지게 됩니다. 영화는 그들의 삶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지며 서로 다른 ‘감정 처리 방식’을 가진 인물들이 어떻게 다시 마주하는지를 조용히 추적합니다. 자연은 두 인물의 갈등과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머물게 하고 기다려주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자연 기..

<더 선(The Son)> 청소년 우울과 가족 내 감정의 단절을 마주하는 심리 드라마

영화 더 선은 청소년의 내면과 부모의 죄책감을 감정 심리학적으로 조명하며,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억눌린 감정들을 드러냅니다.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단절된 감정의 시작영화 은 이혼한 부부와 그들 사이의 아들 니콜라스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니콜라스는 겉보기엔 단순한 반항 청소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심각한 우울증과 감정적 고립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학교를 자퇴하고, 엄마의 곁을 떠나 아버지 피터의 집에서 함께 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피터는 새 가정에서의 삶과 커리어 사이에서 니콜라스의 감정 신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채, 표면적인 대화로 문제를 덮으려 합니다. 이처럼 감정이 무시되거나 가볍게 다뤄지는 관계 속에서 청소년은 자신을 더욱 폐쇄적으로 감추며, 고립된 감정 속에서 고..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2023)> 선택과 감정의 여운을 따라가는 치유의 심리학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민과 사랑, 말하지 못한 감정을 중심으로 시간과 기억을 탐색하는 감정 심리학적 작품입니다. 과거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삶을 감싸 안습니다는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두 사람이 시간과 대륙을 넘어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12살의 나영과 해성은 서울에서 친구 이상의 감정을 품지만, 나영의 이민으로 인해 이별하게 됩니다. 12년 후, 뉴욕에 살고 있는 나영(이제 ‘노라’)은 해성과 다시 온라인으로 연결되지만, 결국 각자의 삶을 선택하며 또 한 번 멀어집니다. 그리고 또다시 12년 후, 해성이 뉴욕을 찾아오며 감정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 구조는 단지 재회의 로맨스가 아니라, 시간이 지났음에도 사라지지 않은 감정이 어떻게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입니다. 심리..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상실은 치유되지 않아도 함께 살아낼 수 있습니다

감정 심리학과 치유의 관점에서 바라본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상실, 죄책감, 그리고 감정 회복의 과정 감정의 정지 상태 – 상실 이후의 삶은 멈추지 않습니다는 감정의 회복이 불가능한 인물, 리 챈들러의 삶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그는 한때 아내와 세 아이와 함께 평범하게 살던 가장이었지만, 자신의 실수로 인해 집에 불이 나 세 자녀를 모두 잃게 됩니다. 이후 아내와도 이혼하고, 자신을 벌하듯 사회적 관계를 끊은 채 고립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영화는 리의 감정을 낱낱이 보여주기보다는, 감정이 정지된 사람의 일상을 따라갑니다. 슬픔을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무표정과 무관심으로 감정을 숨기는 모습은 감정 심리학에서 말하는 ‘감정 회피(Emotional Avoidance)’의 전형입니다. 이 회피는 스스로를..

영화 <쁘띠 마망(Petite Maman)> 엄마의 어린 시절을 만났을 때, 감정은 치유를 시작합니다

어린 딸, 슬픔과 함께 숲으로 들어가다영화 은 8살 소녀 넬리가 외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며 시작됩니다. 넬리는 외할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슬픔과 죄책감을 안고 있습니다. 가족은 외할머니가 살던 집을 정리하기 위해 시골로 떠나고, 넬리는 낯선 공간과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감정적으로 고립되어 갑니다. 어머니 또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넬리를 남겨둔 채 사라져 버립니다. 이 과정은 어린아이에게 큰 상실감을 안기며, 넬리는 감정을 표현하거나 위로받을 공간을 잃은 상태가 됩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애착 인물의 부재로 인한 정서 단절’로 해석되며, 이 시기의 감정은 성인기 정서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넬리는 외할머니의 죽음이라는 현실을 감정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사랑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그릴 수 없었던 얼굴, 감정은 준비되지 않으면 담을 수 없습니다영화 의 시작은 초상화를 그리는 장면이지만, 실은 감정을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마리안은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의뢰받지만, 엘로이즈는 결혼을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초상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리기 위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알기 위해 함께 걷고 관찰하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이것은 화가와 모델이 아닌, 두 사람의 감정이 서서히 열리는 순간입니다. 마리안은 처음 완성한 그림이 엘로이즈의 감정을 담지 못했음을 깨닫고 스스로 그림을 지웁니다. 이는 감정을 단순한 외형으로 환원하지 않으려는 태도이며, 심리학적으로는 '감정 감식력(emotional intelligence)'의 성숙한 사례입니다. 감정은 억지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존중과 응시를 ..

영화 <마이 옥토퍼스 티처>가 전하는 감정 회복의 시작점

고립된 인간, 자연 앞에서 감정을 회복하다는 자연 다큐멘터리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본질은 감정 회복의 심리적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남아프리카의 다큐멘터리 감독 크레이그 포스터는 심한 번아웃과 우울감에 빠진 채 일상에서 감정적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로 등장합니다. 그는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 매일 바닷속에 들어가고, 어느 날 한 마리 야생 문어와의 만남을 통해 감정적으로 다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이 문어는 단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그와 눈을 맞추고, 피하고, 탐색하고, 보호하며 서서히 '관계'를 형성해 가는 존재입니다. 인간이 자연과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이 서사는, 단순한 힐링을 넘어선 **정서적 재연결(emotional reconnection)**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인간이 자연과 ..

영화 <더 웨일(The Whale)> 죄책감과 감정 회복, 무너진 관계를 되살리는 심리학

거대한 몸, 감정의 감옥영화 의 주인공 찰리는 몸무게 270kg가 넘는 거구의 남성으로, 극도로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온라인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며,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 채 자신만의 감정 감옥 속에 갇혀 살아갑니다. 영화는 그가 음식을 탐닉하는 이유를 단순한 식욕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찰리는 과거 연인이었던 앨런을 자살로 떠나보낸 뒤 극심한 죄책감과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벌하듯 먹는 삶을 선택합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정서적 대처로서의 과잉섭취(emotional eating)’에 해당하며, 감정 조절의 실패가 자기 파괴로 전이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관객은 찰리의 외형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감춰진 깊은 고통과 외로움, 자존감 붕괴의 심..

영화 <메모리(Memory)> 기억 상실과 정서적 치유, 감정을 회복하는 두 사람의 심리학

상처를 품고 사는 사람들, 실비아와 사울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가진 두 인물—실비아와 사울—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실비아는 싱글맘이자 사회복지사이며, 오랜 시간 동안 성폭력 피해와 가족 내 학대라는 트라우마를 껴안고 살아갑니다. 반면 사울은 조기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기억이 점점 사라져 가는 남성입니다. 둘은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이후 실비아의 집 앞까지 따라온 사울의 행동을 통해 관계가 시작됩니다. 이때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혼재하는 관계의 시작”을 조심스럽게 보여줍니다. 실비아는 과거 학창 시절의 성폭력을 떠올리고, 사울을 그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오해합니다. 기억의 불확실성과 감정의 반응이 얽히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심리 구조를 드러냅니다. 두 인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