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감정 3

영화 <메모리(Memory)> 기억 상실과 정서적 치유, 감정을 회복하는 두 사람의 심리학

상처를 품고 사는 사람들, 실비아와 사울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가진 두 인물—실비아와 사울—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실비아는 싱글맘이자 사회복지사이며, 오랜 시간 동안 성폭력 피해와 가족 내 학대라는 트라우마를 껴안고 살아갑니다. 반면 사울은 조기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기억이 점점 사라져 가는 남성입니다. 둘은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이후 실비아의 집 앞까지 따라온 사울의 행동을 통해 관계가 시작됩니다. 이때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혼재하는 관계의 시작”을 조심스럽게 보여줍니다. 실비아는 과거 학창 시절의 성폭력을 떠올리고, 사울을 그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오해합니다. 기억의 불확실성과 감정의 반응이 얽히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심리 구조를 드러냅니다. 두 인물은..

영화 <더 파더(The Father)> 혼란 속 감정을 붙잡는 치매와 치유의 심리학

주인공의 시점 : 감정이 먼저 혼란스러워지는 시간는 치매 환자인 앤서니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이 붕괴되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인지적 혼란을 직접 체험하게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지 기억의 왜곡이 아니라 감정의 혼란입니다. 앤서니는 자신이 있는 공간이 집인지 요양원인지 혼란스러워하고, 곁에 있는 사람이 딸인지 낯선 사람인지 헷갈려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가 느끼는 불안, 두려움, 혼란, 외로움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억 상실이 아니라, ‘감정 인식의 해체’가 먼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치매 초기 증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정체성 혼란’과 ‘감정적 분리’**의 조합이며, 자아 감각이 붕..

영화 <애프터썬 (Aftersun)> 기억, 감정, 상실 그리고 치유의 심리학

캠코더 속 기억 : 장면은 사라져도 감정은 남습니다애프터썬 (Aftersun, 2022) >은 소피라는 여성이 아버지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 여행을, 오래된 캠코더 영상을 통해 회상하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이 영화는 플롯보다 감정의 결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아버지 캘럼과 딸 소피가 튀르키예에서 보낸 여름휴가는 겉보기에 평화롭지만,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감정, 숨겨진 불안, 그리고 묘한 거리감이 존재합니다. 특히 소피의 시선은 유년기의 자신이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감정에 닿으려는 시도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기억의 재구성(Reconstructive Memory)”**이라고 하며, 감정적으로 미해결 된 사건을 성인이 되어 다시 해석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종종 장면은 잊지만..